<p></p><br /><br />호국 장병들을 기리는 현충일, 우리가 더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있습니다. <br> <br>선진국일수록 나라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국가가 철저히 보상하는데요. <br> <br>우리나라에서 군 복무 중 다친 장병들은 군에서도, 그리고 제대를 하고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. <br> <br>정하니 기자의 '더깊은 뉴스'입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[현장음] <br>"견딜만하지? 괜찮지?" (네)<br><br>등뼈 속 척수로 주삿바늘이 들어갑니다. <br> <br>교감 신경에 국소 마취제를 주입하는 겁니다. <br> <br>4년 전 군복을 벗게 한 이 힘든 치료를 강병진 씨는 평생 받아야 합니다. <br> <br>강씨가 앓고 있는 병은 CRPS라 불리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, <br> <br>외상을 입은 뒤 약한 자극만 받아도 극심한 통증이 오는 '희귀 질환'입니다. <br><br>[강병진] <br>"다리가 타들어 가듯 아픈 통증이 있었고, 바람이 불면 칼 같은 것으로 슥슥 베는 느낌. 망치나 손으로 뼈있는 부분을 계속 때리는 느낌으로 오고 있어요." <br> <br>군 복무 중이던 5년 전, 살얼음이 낀 계단을 오르다 미끄러져 발목을 다친 게 화근이었습니다. <br> <br>민간 병원은 인대가 끊어지고 뼛조각이 떨어져 나갔다고 진단했지만 군 병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. <br> <br>[강병진] <br>"국군수도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. 그래서 반깁스를 아예 풀어버리고 걸어서 가란 거예요." <br> <br>발목은 갈수록 부어올랐고, 통증도 심해졌지만 군의관은 꾀병이라며 면박만 줬습니다. <br> <br>견디다 못해 찾아간 민간병원에서 강씨는 복합통증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의병사 제대를 하기까지 무려 여섯 달을 기다려야 했습니다. <br> <br>[김미자 / 강병진 씨 어머니] <br>"부대에서는 꾀병으로 알고 겉으로는 멀쩡하니까 방치해서 CRPS로 왔잖아요. 솔직한 말로 부대를 불사지르고 싶었어요." <br> <br>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강씨를 더 좌절시킨 건 국가보훈처였습니다. <br> <br>7급에서 6급으로 보상 등급을 올리는데 20개월이 걸렸습니다. <br> <br>대기자가 많다는 이유였습니다. <br><br>[김미자 / 강병진 씨 어머니] <br>"애는 아파서 죽어가고 있는데 그쪽에선 너무 느긋하게 처리하고 있고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죠" <br> <br>7년 전 군대 상급자가 던진 야전삽에 발등 힘줄이 파열된 A씨. <br> <br>군에서 세월을 허송하며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쳤습니다. <br> <br>[A씨 / 의병사 제대] <br>"한 달이 지나가면서 힘줄이 더 이상 연결이 안 되는 그런 단계까지 온 거죠. 빨리 치료했으면 가볍게 치료됐죠." <br> <br>장해 판정을 받고 제대했지만, 황당한 일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. <br><br>국가유공자 신청을 위해 A씨가 부대에서 받은 공무상병 인증서입니다. <br> <br>군 복무 중에 발생한 부상이나 질환에 대한 원인과 경위를 담고 있어, 국가 유공자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서류입니다. <br> <br>그런데 이 인증서에 적힌 병명은 '수두'. <br> <br>A씨와 가족들은 경악했습니다. <br> <br>[A씨 / 의병사 제대] <br>"피부병에 관련돼 공무상병인증서가 날아왔어요. 제가 따지니까 너는 뭐 어차피 수두로 입원했지 않느냐" <br> <br>A씨의 항의에 부대가 다시 발급해준 인증서도 엉망이었습니다. <br> <br>[A씨] <br>"제가 왼쪽 다쳤는데 오른쪽 다쳤다 이렇게 돼 있는 것도 있고. . 날림이에요. 날림얼마나 대충하는지를 아셔야 돼요." <br> <br>국가유공자 신청도 황당함의 연속이었습니다. <br><br>국가유공자 등록을 위해선 서류 심사로 자격을 따진 뒤 신체 검사를 통해 상이 등급을 매깁니다. <br><br>하지만 신체 검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. <br><br>거의 5분 만에 끝났어요. 제가 다친 자료라든가 발상태만 보고 끝났어요. (검사를) 대충한다는 것은 이게 납득이 안되는. <br>난 어쨌든 정당하게 검사를 받고 싶었어요. <br> <br>보훈당국은 이런 수박 겉핥기식 검사만으로 유공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. <br> <br>2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7급 판정을 받았지만, 나라에 대한 불신만 커졌습니다. <br> <br>[A씨 / 의병사 제대] <br>"나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. 군이든 뭐든. 국가유공자를 뽑아서 지원해 주는 게 원래 (보훈청의) 역할인데 어떻게 보면 역할이 반대로 돼 있죠." <br><br>매년 국가유공 신청자의 40% 이상이 보훈처 심사에서 탈락하고, 탈락자의 대부분은 '등급외 판정'을 받습니다. <br> <br>국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상당수는 중도에 포기합니다. <br> <br>[서상수 변호사] <br>"(국가가) 손 놓고 '네 문제다, 입증해라.' 군 생활하면서 자기가 나중에 소송해야지 하고 자료를 모아두는 경우가 드물지 않겠습니까." <br><br>[문재인/ 지난해 현충일 추념사] <br>"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대한민국입니다.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." <br> <br>정부는 국가 유공자에 대한 처우를 강화하겠다며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켰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겉모습과 자리만 커졌을 뿐, 내실과 정성이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되짚어봐야 할 때입니다. <br> <br>[어머니]<br>"멀쩡하게 건강하게 제대하면 나라의 아들이고 다치면 너희 아들이다. 끝까지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. 딱 맞는 말 같아요." <br> <br>채널 에이 뉴스 정하니입니다.